나는 장기 취준생이었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정규직에 계속해서 도전하곤 했다.
매년 작성했던 이력서만 해도 200부가 넘지만, 매번 면접에서 최종 탈락했다.
계속해서 최종 탈락하는 이유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남들과 비슷한 스펙, 평범한 이미지로 면접자 중 기억나지 않을 지원자 1명...
이는 아마 많은 취준생들의 고민일 것이다.
나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나이도 찬 만큼...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 잘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을 다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한 공공기관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에 도전하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서류 합격률이 더 높았으며, 시험도 없어서 면접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질문이 많지 않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가까이 사는지?"
그렇게 6개월짜리 공공기관 계약직에 다니게 되었다.
공공기관에서 6개월짜리 계약직에게 던져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순한 서류 작업, 전화 돌리기 등...
하지만 나는 이후에 정규직을 도전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일지를 적었다.
오늘은 무엇을 배웠는지 자잘한 업무 모두 다 빼곡하게 적었다. (결론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런건 사기업에서나...)
계약직을 다니면서 나는 계속 정규직 취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나는 계약직을 다니는 동안에도,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끝까지 정규직에 합격하지 못했었다.
결국 최종 합격 한 곳은 다시 계약직이었다.
그렇게 나는 공공기관의 계약직으로 떠돌아다녔고, 심신이 지쳐가기 시작했었다.
'계약직 경력이 도움은 되는 것일까?'
'정규직이라는 곳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회의감이 들며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나는 한 공공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어떤 합격자 한 명이 퇴사를 해서 추가합격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작은 공공기관이었지만 나름대로 정규직이었던 이곳.
최종 탈락했었지만 예비 합격자 안내는 따로 없어서 아예 끝났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최종 합격했던 사람이 바로 퇴사하면서 내가 추가합격을 한 것이었다.
이는 좌절의 끝에서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그렇게 나는 공공기관 정규직에 합격하게 되었다.
평범한 나로서는 정말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다.
하지만...정식으로 시작한 첫 직장생활은...?
진짜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는 정말 상당했다.
합격자가 왜 나갔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취준생 친구들에게 최대한 늦게 취직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치명적인 장점이자 단점은... 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견디다 못해 퇴사한다.
그럼 그 회사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남아있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공공기관, 공기업, 공무원이었던 것이다.
간신히 취업하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번번이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생활에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일하는 취준생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직장인보다 힘든 것은 장기 취준생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최종 탈락하면 결국 스스로 자책하고 깎아내리게 되어있다.
박탈감과 좌절감으로 한동안 다시 일어나기도 힘들어진다.
시간은 많지만,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비슷한 상황의 동료들을 만나자.
취준이 길어질수록 공부를 한다고, 우울하다고 아무도 안만나고 집에만 있으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땐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나 동료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스터디를 통해 주1회씩 정보 교환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면 산책을 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쾌적한 백화점이나 도서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본인이 편안한 장소에서, 보고싶은 것을 보고 느끼고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당신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적성보다는 일관된 스펙을 원하는 사회에서 모두가 똑같은 것을 준비하고 똑같은 곳에 도전한다.
당연히 경쟁률은 높아지고, 어느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
당신은 별로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절대 깎아내리지 말아라.
스펙을 준비하는 것은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한 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진짜 나를 위한 목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의 시선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면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목표를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이직할 것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 저작권법에 의거하여 글 및 그림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
'문뜩, 든 생각 > 사회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만의 회사 스트레스 극복 방법 (0) | 2023.04.07 |
---|---|
꼰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1) | 2022.12.14 |
힘들었던 학교 생활과 트라우마 극복 (0) | 2022.07.28 |
댓글